이사를 하면 참 돈이 많이 든다. 기본 이사 비용뿐 아니라 이사하고 나면 새 집에 맞춰서 이것저것 새로 구매해야할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축으로 이사를 가면 돈이 더 많이 든다. 왜냐면 이놈의 입주예정자 단톡방에서 "저 이거 했어요!" "전 이거 샀어요!"하는 자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아무리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라도 귀가 팔랑거리고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지기 때문이다.
나역시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었던 음식물처리기에 대한 뽐뿌를 이 단톡방에서 받아버렸고 부족한 자금에 머리를 쥐어싸고 다양한 음식물처리기 방식에 눈이 팽팽 돌아가다가 결국 스마트카라를 구매해버렸다.
새제품은 아니고 중고로 1년정도 사용했던 제품을 사서 거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들여놓았지만 확실히 음식물처리기는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혹시나 나처럼 스마트카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스마트카라 1달 사용기를 남겨보겠다.
스마트카라 음식물 처리기로 선택한 이유
음식물처리기 방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가장 고민했던 것이 미생물을 활용한 음식물 처리방식과 스마트카라같이 맷돌형식으로 갈아내 고온열풍건조시키는 방식이었다.
키우기 아무리 쉽다는 식물이라도 우리집에만 오면 꼭 다 죽어버리는 식물계의 똥손이라 반려동물도 키우지 않고 겨우 내 자식만 키우는 인간이라 미생물도 생물인데 안 죽이고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전에 20년전쯤 친정에서 아버지가 국책기업에서 중소기업지원 관련 업무를 하셨던 터라 미생물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해 볼 기회가 남들보다 훨씬 빨리 있었는데 몇일 먹더니 미친속도로 증식해서 엄마가 괴성을 지르며 당황하셨던 기억이 있어서 미생물방식은 뭔가 무서웠다.
거기에 미생물방식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짠 것과 매운 것을 최대한 금지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일 김치찌개, 김치짜글이, 제육볶음 등을 즐기는 남편의 식습관과 미생물방식은 오히려 음식물을 다시 처리해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제하게 되었다.
스마트리더나 린클 같이 싱크대에 바로 연결하여 손 한 번도 안대고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처리기가 매우 탐나긴 했지만 그걸 위해서 타고난 식습관을 바꾸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가끔 냄새가 난다는 글도 있어서 싱크대에 이미 설치한 상태에서 냄새나 문제가 생겼을 때의 상황을 생각하니 선뜻 구매클릭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고른것은 스마트카라. 열풍건조방식이니 사용하는데 전기료는 당연히 더 들것이지만 우선 끔찍한 음식물쓰레기를 봐줄만한 바싹 마른 퇴비수준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른 제품들과 달리 설치가 따로 필요없고 바로 전기코드만 꽂으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았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코드만 뽑아서 버리면 되겠구나 싶었달까?
새 제품과 중고제품, 어떤 걸 살까의 고민이 시작됐다. 새제품의 경우 가격이 50만원 초반대였고 중고는 알아보니 25만원에서 30만원 사이에 필터를 몇개 더 끼워주느냐에 따라 가성비가 나뉘는 듯 했다. 그러다 동네 당근 마켓에 필터3개에 27만원에 파는 제품을 발견했고 구매에 성공했다.
스마트카라 음식물처리기 단점과 장점
스마트카라 음식물처리기를 처음 만나본 인상은 이거 어마어마하게 크네? 였다. 인터넷이나 홈쇼핑 화면으로 봤을 때는 밥솥정도의 사이즈? 그것보다는 조금 작을 것 같다는 개념이었는데 당근해서 남편이 벨을 누르며 힘들어하길래 문을 열어줘보니 이건 뭐 거의 금고사이즈였다. 거의 광파오븐렌지 정도의 존재감이랄까? 에어프라이어 정도일 줄 알았는데 거의 2배급이라 당황한 기억이 있다.
스마트카라 리뷰등을 보면 싱크대 옆에 설치해두고 이쁘죠? 이런 식의 글들이 있는데 우리집 주방이 평수에 비해 굉장히 크지만 절대 주방 싱크대 위에 둘 수 없는 사이즈다. 엄청 크고 뒤로도 길기 때문에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보기에는 이쁘지만 실제로는 부피가 너무 거대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방 위에 둘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스마트카라는 냄새가 난다. 업체에서는 냄새가 거의 없다. 라면스프정도의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라면스프냄새를 음식물처리하는 3시간에서 5시간 내내 맡게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그걸 주방에 둘 수 있을까? 물론 처리하는 음식물쓰레기의 내용물에 따라 냄새가 달라지긴 한다. 오래된 무를 넣었더니 묵은지 냄새가 났고 바나나를 넣으면 달큰하지만 기분나쁜 냄새가 났다. 밥이랑 기본 반찬 정도를 넣으면 희미한 라면스프냄새가 나는데 우리집 첫째는 이 냄새를 굉장히 싫어한다.
우리집 스마트카라는 다용도실에 있고 다용도실 문이 철문이고 실외기실과 연결되어 환기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사용할 때는 다용도실 문을 닫고 실외기실 문과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외출하거나 깊은 밤에 사용한다. 처리하는 소리는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밤에 사용해도 되지만 이놈의 냄새때문에 사람이 있을 때 사용하면 다용도실에 빨래나 분리수거하러 갈 때마다 불쾌한 냄새를 만나야하기 때문에 그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초반에는 중고로 살 때 끼워준 필터가 오래되어서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새 필터를 끼워서 희미한 냄새는 여전하다. 필터가 오래될 수록 냄새가 더 강해지는 듯 하다. 몇번 쓰다가 필터를 갈았는데 냄새가 줄긴 했지만 안난다고 하긴 어려웠다.
그리고 필터의 수명이 굉장히 짧은 편이라 나처럼 일주일에 2번 이상 사용하는 경우에는 거의 2달에 한 번씩은 필터를 교체해야한다고 하니 필터비용이 좀 아깝게 느껴지긴 한다. 이것 역시 필터 안에 들어가는 활성탄만 따로 구매해서 교체해줄때 그 비용이 절반이하로 줄어든다고 해서 남은 필터의 수명이 끝나면 한번 활성탄만 구매해볼까? 고민중이다.
이렇듯 스마트카라는 부피도 크고 냄새도 좀 나고 필터교체비용도 들어가지만 나는 스마트카라를 꾸준히 쓸 작정이다. 왜냐면 많은 단점과 더불어 장점도 크기 때문이다.
우선 위의 말했던 미생물처리기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미생물의 생존과 관련된 모든 작업이 불필요하다. 짠거, 단거, 매운거 막 넣어도 문제없고 미생물이 살았나 죽었나 체크할 필요가 없다. 미생물처리방식의 경우 미생물을 몇개월 또는 1년마다 교체해줘야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대신 뭐 필터 비용이 들테지만 이건 대체방식이 있으니 조금 봐주자.
그리고 고장났을 때 깔끔하다. 미생물처리방식 중 싱크대에 설치하는 방식은 진짜 편리함 끝판왕이긴 하지만 고장이 났을 땐 싱크대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더라. 식기세척기가 있긴 하지만 싱크대를 사용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하긴 싫다. 스마트카라의 경우 고장이 있다고 하면 a/s를 부르고 그동안 다른곳에 음식물을 담아놓으면 될테니 그부분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그리고 확실히 건조되면 부피가 확 줄어들어 심리적 타격감이 적다. 거의 95%는 줄여준다는데 사실이다. 한 솥 가득 채워놓은 음식물쓰레기가 다음날 아침이면 아주 바삭바삭한 갈색의 물체로 변해있는데 부피또한 확 줄어드니 그저 일반쓰레기에 모아서 버리면 되니 참 편하다.
다만 수분이 좀 많이 남았을 경우에는 바닥에 누룽지처럼 음식물이 붙어서 마르게 되는데 이럴땐 칼로 긁어내야해서 좀 귀찮다. 하지만 우리집에는 싱크대에 탈수기가 이미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물기가 거의 제거된다. 가끔 오래된 식재료를 그대로 버리면 수분기가 있어서 바닥에 붙는 듯하다.
그리고 냄새가 난다고 불평을 많이 하긴 했지만 스마트카라 이외의 음식물처리기 들도 어느정도의 냄새는 조금씩은 난다고 한다. 특히나 미생물방식은 미생물이 음식을 처리하느라 음식이 한 공간에 모여있기 때문에 싱크대 문을 열면 냄새가 올라온다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스마트카라는 나처럼 다용도실 등에 보관하면 되니 우선 집으로 냄새가 들어오지 못하는 시스템 자체는 만들 수 있으니 나름의 장점이 되겠다.
스마트카라, 이런 사람이라면 구매추천!
나처럼 미생물방식이 부담스럽거나 싱크대에 설치가 불가능한 전세나 월세거주자라면 추천이다. 그리고 적어도 다용도실이나 베란다 등 스마트카라를 설치하고 문을 닫아 실내로 냄새가 들어올 수 없는 형태의 거주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하겠다.
그리고 맵고 짠 음식을 자주 해먹는 사람이라면 미생물방식보다는 스마트카라가 관리도 편하고 속도 편하니 추천한다.
그리고 냄새에 좀 덜 예민한 사람이거나 1인이나 2인 가구 등 음식물쓰레기가 자주 나오지 않으면 더 추천이다. 필터비용이나 전기세 등이 확실히 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기 구매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나처럼 당근에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음식물쓰레기를 전담해서 버리는 사람(보통 남편?)이라면 용돈모아서 사라. 물론 버리면서 담배 한 대 피우는 사람이라면 그거 담뱃값 아껴서 사라. 건강도 지키고 귀찮음도 줄이는 멋진 방법이다.
하지만 냄새에 아주 예민하거나 음식물이 아주 많이 나오는 대가족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라. 자주 쓸수록 전기세도 많이 나오고 필터교체비용도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주고 음식물처리는 스마트카라에 맡겨버리니 싱크대에 물 때 낄 일이 별로 없다. 1달 내내 고무장갑고 싱크대도 깨끗하니 음식할 때 기분이 참 좋다. 역시 돈이 좋은 거구나 싶어진다. 열심히 돈을 더 벌어서 더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의욕이 뿜뿜해진달까? 3대 이모님이라고 불리는 식세기이모님, 건조기이모님, 로봇청소기이모님에 이젠 4대 이모님인 음식물처리기이모님까지 이사 덕에 다 들여놓았지만 아직도 배가 고프다. 어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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